십 여년 전 막내 외삼촌이 운영하시던 '사랑채'라는 전통 찻집을 잠시 맡아 본 적이 있었다.
茶(차)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단지 녹차라는 건 쓰고 맛없는 차 중에 하나라고만 여겼었다.
茶(차)를 마시면서 茶道(다도)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물 한 잔, 차 잎 하나, 다기 하나 모두가 합하여져야만 진정한 맛과 멋을 누릴 수 있었다.
교회 지인 중에 茶(차)를 너무 사랑하신 분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음식도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식후 맛보는 茶(차)의 향을 잊을 수가 없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단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거실에 멋스러운 문살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집 안에서 느끼는 푸르름과 싱그러움...
길다란 통나무를 이용해 만든 찻상(?)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茶器들...
곳곳에 자리 잡은 자연친화적인 화분 및 소품들은 차의 운치를 한껏 더했다.
애기번들밖에 없어서 실내 사진이라 많이 흔들렸다.
우리네 멋스런 잔에 담긴 향기 그윽한 茶...
직접 만드신 다과도 내어 주시고...
메밀차와 녹차...
말차라고 해서 녹차가루를 대나무 거품기(이름을 안 물어봤네요^^)로 저어 만든 차...
마치 차의 카푸치노라고 할 수 있을 듯한 맛과 멋이 있었다.
자그마한 다기 하나로 인해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서
왜인들은 차의 진정한 맛을 찾기 위해 어쩌면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우리는 인스턴트 커피에 길들여져 우리의 차를 잃고 사는 건 아닐까?
오랜만에 차를 즐겼지만
목구멍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단내에
아직 찌들어 있지는 않은 듯한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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